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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구도의 길(佛 傳)

5_설산수도상(통도사_팔상전).jpg
                                                                                  (설산수도상- 통도사 팔상전)
7. 구도의 길(佛 傳)

구도(求道)의 길을 찾아 왕궁을 뛰쳐나온 싯다르타는 우선 가까운 숲으로 들어갔다.
그는 어떤 나무 아래 단정히 앉아 정신을 한 곳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싯다르타는 죽어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최초의 싸움에 임했다.
머리 위로 태양이 높이 솟아 올랐다. 싯다르타는 심한 갈증과 허기를 느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고 이따금 사나운 짐승들의 포효가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들려 왔다.
그러나 뜻을 굳게 세운 싯다르타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해가 기울고 어둔 밤이 되어도 그곳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오로지 정신을 한 곳에 집중시키려고 애썼다.

그러나 지나간 온갖 기억들이 되살아나 그의 머리 속을 어지럽게 했다.
밤이 깊어갈수록 숲은 무거운 정적으로 가라앉았다.
그는 마음을 더욱 굳게 가다듬었다. 이렇게 하여 첫 밤을 지새고 나자
싯다르타는 처음으로 자기 뜻대로 수행이 되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번거러운 기억들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같은 상태가 계속되었다.
허기가 져서 참을 수 없게 되면 가까이서 흐르는 개울물을 마실 뿐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서 싯다르타는 이 우주의 진리를 깨닫지 않으면 안된다고 더욱 궂게 결심을 다졌다.

어떤 날 밤은 비가 몰아쳤다. 비에 흠뻑 젖은 싯다르타는 이가 딱딱 부딪치도록 추위에 떨었다.
더구나 속이 비어 추위를 이겨내기가 어려웠다. 순간 왕궁의 따뜻한 방안 생각이 났다.
싯다르타는 부질없는 생각을 떨쳐버렸다. 그리고 어떠한 유혹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상태로 꼬박 한 주일을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깨달음을 얻지는 못했다.

깨달음이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혼자서 진리를 구하는 것보다. 수행의 힘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너무 조급하게 굴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닦아 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대로 같은 자리에만 앉아 있는 것이 아무런 소득이 없다고 생각한 싯다르타는
여드레만에 그 자리를 떨치고 일어났다. 그리고 숲에서 가까운 마을로 밥을 빌러 내려갔다.
싯다르타는 이제 완전한 수행승이 되어버린 것이다.

해진 옷을 걸치고 얼굴은 야위어 걸음걸이도 휘청거렸다.
그러나 그 눈은 빛나고 얼굴에는 맑고 깊은 의지의 빛이 배어 있었다.
몸은 비록 참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었지만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아 새로운 희망을 지닐 수 있었다.

그는 괴로움을 하나하나 참고 견디는 일에 인내의 의미를 깨닫게 된 것이다.
의지가 약한 사람이었다면 그는 벌써 쓰러졌을 것이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도(道)을 찾는 싯다르타에게 그만한 고통은 장애가 될 수 없었다.

싯다르타는 가까이 있는 수행승한테서
박가바라는 선인(仙人)의 이야기를 듣고 그가 고행하고 있다는 숲을 찾아갔다.
그 숲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들의 발걸음이 미치지 않는 한적한 곳이었다.

고요 속에 청정한 기운이 감도는 숲은 두려운 생각마저 들게 했다.
싯다르타는 처음으로 자신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박가바 선인의 제자들을 보고 선뜻 느낀 것은 실망이었다.

그들은 남이 흉내낼 수 없는 어려운 고행을 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가시로 몸을 찔러 피가 흐르고, 흐른 피가 검붉게 굳어있는 데도 참고 누워 있었다.
몸무게가 내리누르는 대로 가시는 살 속으로 파고 들었다.

또 어떤 고행자는 더러운 쓰레기더미 속에 누워 있었다. 더럽고 냄새 나는 것에 무관심한 듯했다.
혹은 타오르는 불꽃에 몸을 벌겋게 달구고 있는 사람도 보였다.
그리고 한쪽 발로 딛고 서 있는 사람, 물 속에 들어가 숨을 죽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 가운데는 발가벗고 종일 물구나무를 서는 고행자도 있었다.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이도 있었고, 이틀에 한 끼, 사흘에 한 끼밖에 먹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수행승은 혹독한 고행을 하는 사람일수록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들은 고행을 참아내는 일로써 수행을 삼고 있는 듯했다.
그 참을성에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와 같은 고행 자체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고행자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어두운 그늘에 덮여 어쩐지 처참하고 불결하게만 생각되었다.

싯다르타는 박가바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이 같은 고생을 합니까?"
선인은 이런 고행이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천상에 태어나기 위해서요."
이 말을 듣고 싯다르타는 웃을 뻔했다.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모처럼 찾아간 스승이었으므로 여기에서 받은 실망은 클 수밖에 없었다.

'즐거움을 얻기 위해 괴로움을 참는다고? 설사 천상에 태어난다 할지라도
천상의 즐거움이 다하면 다시 인간 세계에서 고통을 겪어야 하지 않을 것인가.
그리고 천상에 태어나다니 그걸 무엇으로 보장할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생각한 싯다르타는 그들의 고행이 더욱 어리석은 짓으로 보였다.

싯다르타가 묵묵히 생각에 잠겨있는 것을 본 박가바 선인은 다시 입을 열었다.
"처음 고행은 참으로 괴롭고 어렵지만
차차 수행을 쌓으면 보기보다는 참아내기가 어렵지 않게 되오."
선인은 싯다르타가 잠자코 있는 것이
심한 고행에 놀라 의기가 죽은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싯다르타는 조용히 말했다.
"참을 수 없는 고행에는 존경심이 갑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보상을 바라고 한다면 괴로움은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영원히 되풀이될 고와 낙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선인은 무어라 대답할 말이 없었다.
하룻밤을 그곳에서 머문 다음 싯다르타는 다시 길을 떠났다.
박가바의 제자들로부터 남쪽으로 가면 아라라 칼라마라는 훌륭한 선인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를 찾아가기로 했다. 싯다르타는 이곳에 온 것이 전혀 무익하지만은 않았다.

인간이 그러한 고행까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새로운 발견이었다.
그러나 그 구하는 바가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다.
아라라 칼라마의 덕망은 싯다르타도 전부터 듣고 있었다.
그가 있는 곳까지는 길이 멀었다. 몇 개의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야 했다.

도중에 강가강을 건너 라자가하(王舍城)에 들르게 되었다.
라자가하는 마가다나라의 수도로 인구도 많고 집들이 카필라보다도 훨씬 호화로웠다.
마가다는 빔비사라왕이 다스리고 있는 나라였다.
 
싯다르타는 라자가하에서 걸식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빼어난 모습과 기품 있는 행동을 보고 그가 카필라 왕국의 태자임을 첫눈에 알아보았다.
삽시간에 소문이 퍼졌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것을 알 리 없이 판다바산 동쪽 사문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가 자리를 잡고 앉아 명상에 잠겨 있었다.
이 소문을 들은 빔비사라왕은 기쁜 마음으로
즉시 카필라의 태자를 만나기 위해 몇 사람의 신하를 거느리고 싯다르타를 찾아갔다.
싯다르타는 자기를 찾아온 분이 이 나라의 왕인 줄을 알았다. 일어나 왕을 정중히 맞이했다.
왕도 싯다르타를 보고 수행자에 대한 예로써 인사를 했다.
"태자가 출가하였다는 소문을 듣고 놀랐소. 태자의 부왕께서는 얼마나 가슴 아파하시겠소.
태자처럼 젊고 기품 있는 사람이 사문이 되어 고생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까운 일이오.
나와 함께 우리 나라에서 사는 것이 어떻겠소?
마음에 드는 땅을 드리고 편히 살 수 있도록 해드리겠소."
그러나 싯다르타는 정중하게 사양했다.
"친절하신 말씀은 고맙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세상의 모든 욕망을 버리고 출가한 몸입니다."
"그렇다면 무슨 목적이 있어 출가를 하셨소."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에서 벗어나 내 자신과 이웃을 구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것을 이룰 수가 있겠소?"
싯다르타는 조용히 대답했다.
"되고 안 되고는 해보지 않고는 모릅니다.
저는 그것을 알기까지 죽어도 물러서지 않을 각오입니다."
이러한 싯다르타의 높은 뜻과 굳은 결심을 보고 빔비사라왕은 크게 감동했다.
"태자의 굳은 결심을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빌겠소.
만약 그러한 도를 얻으면 나에게도 그 법을 가르쳐 주기 바라오."
왕은 마음속으로 태자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믿음직한 젊은이라 생각했다.
저런 인물이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린다면 태평한 세월을 누릴 것이라고 믿었다.
이와 같이 싯다르타를 만나는 사람이면 누구이나 그 인품과 정신력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싯다르타는 라자가하를 떠나 아라라 칼라마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아라라는 나이가 많았으나 아직도 건장했다.
그는 싯다르타를 기꺼이 맞이했다. 늙은 선인은 차근차근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싯다르타는 이 백발의 선인에게서도 역시 아쉬움 같은 것을 느꼈지만
그래도 얻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기뻐했다. 오랜만에 스승을 만난 것 같아 흐뭇했다.
그는 그 곳에 머무르며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기로 했다.
그것은 마음의 작용이 정지된 무념 무상(無念無想)의 상태에 이르는 수행이었다.
그는 밤잠을 안 자고 열심히 수행을 계속했다. 그때 아라라 스승에게는 수백 명의 제자가 있었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다른 제자들이 도저히 따를 수 없는 정열과 용맹심을 가지고 수도에 열중했다.
마침내 싯다르타는 스승이 가르쳐 준 경지에 이르고야 말았다. 스승은 깜짝 놀랐다.
"자네 같은 천재를 만나 기쁠 따름이네. 자네는 이미 내가 얻은 경지에 도달하였네.
이제는 나와 함께 우리 교단을 이끌어 나가세."
그러나 싯다르타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보다 높은 경지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무념무상의 상태가 그 위에 없는 열반의 경지가 아님을 알았던 것이다.
그는 스승과 하직하고 보다 높은 수행을 위해 다시 길을 떠났다.
어느 날, 싯다르타는 자기를 찾아온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카필라에서 부왕이 보낸 사신들로서
태자가 떠나온 뒤 카필라가 온통 슬픔에 잠겼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 중에서도 부왕과 야쇼다라의 비탄은 차마 곁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싯다르타에게 왕궁으로 돌아갈 것을 애원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그 뜻을 굽히지 않았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돌아갈 수는 없다.
내 본래의 뜻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죽어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이별과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 생사를 두려워하고 있는 한
사람들은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의 이 수행은 내 자신만이 아니라
부왕과 이모와 아내와 그 밖의 모든 사람들을 구하려고 하는 뜻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나의 수행은 아직 멀었다. 나의 수행을 방해하지 말고 어서 돌아들 가거라."
사신들은 태자의 이같은 굳은 의지 앞에 더 할 말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돌아가게 되었다.
그 뒤 싯다르타는 웃다카 라마풋타라는 스승을 찾아 그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
웃다카는 칠 백 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사유(思惟)을 초월하고 순수한 사상만 남는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의 경지에 이르는 길을 가르치고 있었다.
싯다르타는 얼마 안되어 또 웃다카 스승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웃다카는 젊은 수도승 싯다르타를 두려워하면서 그 이상의 높은 경지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자기가 출가한 궁극의 목적이 여기에 있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더 이상 그곳에 머물지 않고 다시 길을 떠났다.
세상에서라면 불완전한 스승도 용납될 수 있지만 진리의 세계에 있어서는 용납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보다 완전한 스승을 찾아 여기저기 헤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싯다르타의 지나친 욕심이었다.
이 세상에서 완전 무결한 스승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그는 뒤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어디를 찾아가 보아도 그럴 만한 스승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무렵 인도에서 가장 으뜸 가는 수행자로
아라라와 웃다카 두 선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싯다르타는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더 이상 의지하고 배울 스승이 없다는 허전함이었다.
그는 문득 생각했다.
'어디를 찾아가 보아도 내가 의지해 배울 스승은 없다.
이제는 내 자신이 스승이 될 수밖에 없구나. 그렇다, 이 나 혼자 힘으로 깨달아야만 한다.'
싯다르타는 지금까지 밖으로만 스승을 찾아 헤매던 일이 오히려 어리석게 생각되었다.
가장 가까운데 스승을 두고 먼 곳에만 찾아 헤맨 것이다.
이제는 내 자신밖에 의지할 데가 없다고 생각을 돌이키자
자기 자신의 존재 의미가 새로워졌다.
싯다르타는 우선 머물러 도를 닦을 곳을 찾아야 했다.
마가다 나라의 가야라는 곳에서 멀지 않은 우루벨라 마을의 숲이 마음에 들었다.
아름다운 숲이 우거진 이 동산 기슭에는 네란자라강(尼連禪河)이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싯다르타는 이곳을 수도장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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