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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가지고 지탱해온 등불을 꺼버릴 때, 비로소 원래 있던 환한 달빛이 나온다.”
 
2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밥집에서 원제(40) 스님을 만났다. 그는 최근 ‘선방 수좌의 공부 기록’이란 부제가 붙은 책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불광출판사)를 출간했다. 13년째 출가 수행자로 살고 있는 그가 일상에서 길어올린 글이다. 말랑말랑하고 듣기 좋은 이야기로만 채워진 ‘그저 그런 마사지형 수필집’이 아니다. 마흔 줄에 들어선 선방 수좌가 내놓는 마음공부의 속살림이 편편이 녹아 있다. 그는 솔직하고, 무겁지 않으면서도, 유쾌하고, 진지했다.  
 
29일 인사동에서 만난 원제 스님은 "수행이란 낱낱이 진실해지는 소식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백성호 기자

29일 인사동에서 만난 원제 스님은 "수행이란 낱낱이 진실해지는 소식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백성호 기자

 
그는 원래 서강대 종교학과 00학번이었다. 서울대에 들어갈 요량으로 재수를 택했으나, 수능 점수가 모자랐다. 우여곡절 끝에 종교학을 하다가 처음으로 ‘불교’를 만났다. 2학년 때 종교학계 석학으로 꼽히는 길희성 교수의 수업 ‘불교의 이해’를 들으면서다. 줄곧 헛돌기만 하던 그의 삶은 비로소 ‘방향’을 찾기 시작했다. 정작 이 과목의 성적은 D를 받았다. 기말고사 때 백지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왜 백지를 제출했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고 싶었다. 백지 답안지를 내면서 나는 그렇게 결심했다.”
 
-무엇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나.
“늘 고민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그걸 한 단어로 정리하고 싶었다. 당시 내가 정리한 단어는 ‘진리’였다. 나의 20대는 혼란과 방황의 세월이었다. 삶의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었다.”
 
-그게 왜 불교였나.
“불교 초기경전을 읽다가 ‘이 사람, 진짜를 이야기하고 있네’란 생각이 들었다. 불경스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 사람’은 부처님이다. ‘이 사람, 진짜네’싶더라. 그러니까 자꾸 찾아보게 되더라. 3학년 때는 서명원(서강대 종교학과 교수) 신부님의 ‘참선과 삶’이란 수업을 들었다. 그때 난생 처음 좌선을 해봤다. 집에서도 혼자 3시간 동안 앉아 있었다. 그런데 ‘아, 여기에 뭔가 있다’싶더라.”
 
원제 스님은 "수행을 하면 실체성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 대응하는 자세가 명료하고 깔끔해진다"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원제 스님은 "수행을 하면 실체성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 대응하는 자세가 명료하고 깔끔해진다"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2006년에 그는 결국 출가를 했다. 홍대 앞에서 여자 친구에게 출가와 이별을 통보한 뒤 하이힐로 실컷 두들겨 맞고서야 머리를 깎았다. “군기가 가장 빡세다”는 말을 듣고 경남 합천의 해인사로 찾아갔다. 당시 방장이던 법전 스님의 상좌가 됐다. 전국 각지의 선방을 찾아다니며 6년간 수행을 했지만 공부는 생각만큼 쭉쭉 나가지 않았다. 답답하던 차에 2012년 가을, 만행기간에 그는 세계일주를 떠났다. 2년간 5대륙 45개국을 돌아다녔다. 중국부터 동남아, 인도와 네팔, 유럽, 아프리카, 이스라엘, 남미와 북미를 두루 돌았다. 그것도 두루마기 승복을 입고 삿갓을 쓴 채 말이다.  
 
-세계를 무대로 한 만행이다. 무엇을 느꼈나.
“하루 15달러 이하의 숙소에서 자는 게 원칙이었다. 출가자가 무슨 돈이 있겠나. 그러다 보니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스위스로 갈 때는 짐을 모두 도둑맞았다. 유레일 패스까지 잃어버렸다. 세계일주를 마쳤을 때는 ‘다시는 안 한다’가 최종 결론이었다. 너무 고생을 많이 했으니까. 그런데 여행으로 인해 내가 변했더라. 당시에는 몰랐다. 나중에 확인이 되더라. 돌아보면 세계일주라는 게 공부가 안될 수가 없는 조건이더라.”
 
티베트와 미주 등을 돌며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 원제 스님. [사진 불광출판사]

티베트와 미주 등을 돌며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 원제 스님. [사진 불광출판사]

 
원제 스님은 지금껏 20안거를 지냈다. 출가한 지는 13년째다. 올해 초 선방에서 수행하다가 까마귀가 “까악! 까악!”하는 소리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그런 상태로 수십일 동안 있었다. 신도분들이 찾아와서 이런저런 고민을 이야기한다. 저는 ‘개인으로만 살지 말고, 전체로 사세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사람들은 ‘나’를 확립하고 세우는 게 수행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 ‘전체’를 인식하는 게 수행이더라. 제가 ‘원제’로 산다고 생각하면 뭔가 확립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그런데 ‘원제 노릇’을 할 뿐이라고 생각하면 사는 게 즐겁다. 그럼 ‘무엇이든 와라’라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런 생각이 드나.
“무엇이든 상대하고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니다. 아무 것도 가질 게 없으니, 무엇이든 잘 보내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무엇이든 와라, 다 보내주마’. 이런 자신감이다.”
 
원제 스님은 컴퓨터 게임도 즐겨 한다. 요즘 인기를 끄는 웬만한 게임도 훤하다. “스님 중에 게임 좋아한다고 ‘커밍 아웃’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을 걸요.” 네이버의 게임카페 ‘문명 메트로폴리스’에서 그의 닉네임은 ‘몽크 원제’다. 승복에 삿갓 쓴 사진도 올라가 있다. “‘문명’이란 게임을 좋아한다. 도시를 건설하는 예전의 심시티랑 비슷한 게임이다. 세계일주를 할 때 스톤헨지나 타지마할 등에 가서 게임에 등장하는 현장의 실제 견문록을 써서 카페에 올렸다. 성실하고 알차게 썼다. 그래야 ‘스님이 게임 한다’는 편견을 상쇄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나다를까. 게임 카페에서 추천을 엄청나게 받았다. 결국 저 혼자 글 쓰는 코너를 따로 하나 받았다. 거기서 젊은이들과 게임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일종의 게임이지 않나. ”    
 
원제 스님은 "마음공부를 왜 꼭 무겁게만 가야 하나? 즐겁고 재미있게 가면 문제가 되나?"라고 말했다. [사진 불광출판사]

원제 스님은 "마음공부를 왜 꼭 무겁게만 가야 하나? 즐겁고 재미있게 가면 문제가 되나?"라고 말했다. [사진 불광출판사]

 
원제 스님은 개인 블로그와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린다. 일상에서 마주친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거기에는 진성성이 담겨 있다. “자기 마음에 대한 진정성이다. 진정성이 있으면 공감이 된다.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바탕이 진정성이다. 그렇게 쓰면 사람들이 읽어준다. 글을 쓸 때 제가 수행자라는 사실보다, 사람에 대한 진정성이 더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선방’이나 ‘수행’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고통을 참고, 견디고, 인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나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수행이 즐겁고 유쾌하면 뭐가 문제인가. 수행이 재미나면 뭐가 문제인가. 수행은 수행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진리에는 승속이 따로 없다.” 원제 스님이 처음에 생각했던 책 제목은 ‘부처님은 놀지 못하지만, 스님은 놀 수 있다’였다. 그가 말하는 ‘놀이의 삶’은 장자가 설한 ‘노닐 유(遊)’와도 통하는 삶이다.  
 
원제 스님은 "요즘은 힐링이 대세인데, 사람들은 제게 '힐링 법문'이 아니라 '킬링 법문'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 불광출판사]

원제 스님은 "요즘은 힐링이 대세인데, 사람들은 제게 '힐링 법문'이 아니라 '킬링 법문'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 불광출판사]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여친에 출가 통보뒤 하이힐로 맞았다···PC게임하는 원제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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