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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를 구원하리라

조현 2011. 10. 13
조회수 17293 추천수 0


   [미국의 동양명상 수행 현장]<1>


   [미국의 동양명상 수행 현장]<2>




wallden1.jpg

월든 호수

 

헨리 데이빗 소로우(1817~62)의 자취를 찾아간 때는 스티브 잡스가 숨을 거두고, 월가에선 분노의 소요가 일기 시작하는 때였다. 소루우가 머물렀던 콩코드 숲은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있는 미국 보스톤에서 차로 30~40분 거리에  있다. 
 

숲은 울창하고, 호수는 남태평양의 해변마냥 모래 백사장과 어울려 푸른 빛을 띠고 있다. 한국과 별 차이가 없는 가을날씨인데도 100명 가량이 맑은 햇살 속에서 수영을 하거나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소로우가 명상했을 호수에서 일곱살 여자 아이 메리 딘은 두 남동생과 함께 피라미들을 잡느라 여념이 없다. 젖먹이 아이를 안은 채  평화롭게 노는 세 아이를 지켜보던 메리의 어머니는 아이들과 자주 이곳을 찾아 주말을 보낸다고 했다.
 

호수에서 1백여미터 떨어진 숲엔 소로우가 150여년 전 홀로 산 한평 남짓의 오두막이 있었다. 철학자이자 시인인 랠프 왈도 에머슨의 집에 머물면서 콩고드 모임에 참여하며 생태 영성적 삶을 동경했던 소로우는 이곳에 옮겨와 직접 밭을 갈고 먹을 것을 장만하는 은둔 수도자 같은 삶을 통해 노동과 자연 관찰이라는 극도로 단순한 삶을 실험했다. 산업화에 따른 문질문명주의와 소비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삶을 실험했다. 한두평 남짓한 통나무 집엔 간이 침대와 작은 벽난로, 나무 책상과 의자 하나, 남비와 그릇이 전부였다. 소로우는 이곳에서 살며 <월든>을 썼다. 
 

“영민하고 건전한 정신을 지닌 사람들은 언젠가 태양이 환히 떠오른다는 걸 기억한다. 이제라도 근거 없는 편견을 포기해도 늦지 않다. 오래된 사고방식이나 행동방식이라도 증명되지 않은 것이면 무작정 신뢰할 필요가 없다. 오늘 모두가 진리라고 앵무새처럼 떠벌리거나 말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내일이면 잘못된 것으로 판명날 수 있다.” 

 

henly-.jpg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살던 통나무 집과 그 앞에 세워진 소로우 동상


중세 암흑의 종교적 맹신을 이어가는 근본주의의 빙하에 번개를 내리쳐 정신세계에 폭풍을 몰아왔기에 월든 호수는 서양인 뿐 아니라 동양인들에게도 영적 순례지로 여겨지는 성지가 되었다. 소로우의 책과 기념품들을 판매하는 가게에서 사입은 티셔츠에 쓰여진 소로우의 글귀가 어딘지 익숙하다.
 

“만약 한 사람이 친구들과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가 혼자서 다른 드럼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듣고 있는 음악에 발을 맞추도록 내버려두라.  그가 보조를 맞추지 못하거나 더 멀어지게 될 지라도.”
 

 스티브 잡스의 ‘다르게 생각하고, 제 길을 가게 하라’는 선(禪)적인 메시지는 150년 전 어록의 되풀이다. 잡스가 사망하자 잡스는 신화가 되고, 컬트의 교주가 되었다. 하지만 잡스이 원조 소로우는 이 콩코드 숲에서 쓴 <월든>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하며 칭찬하는 삶은 그저 삶을 살아가는 한 방법에 불과하다. 그런데 다른 모든 방식의 삶을 짓밟아가며 하나의 삶만을 과대평가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소로우는 지금은 잡스에 열광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지구 반대편 코리아 부산 영도의 크레인 고공 위에 있는 김진숙의 소리에 귀를 열고, 월가로 달려가라고 하지 않았을까.

 

  소로우는 멕시코 전쟁과 노예제도에 반대해 미국정부에 인두세 납부를 거부했다. 그가 이 통나무에서 살던 1846년 7월 밤. 경관이자 세금징수원인 샘 이플스가 그를 끌고 가 여러 해 동안 납부하지않은 인두세를 납부할 것을 종용했다. 하지만 소로우가 이를 거부하자 샘은 소로우를 감금시켰다. 다음날 아침 소로우의 고모가 세금을 대납해 풀려나긴 했지만, 감금된 밤 소로우는 자신의 입장을 보다 더 분명해 했다. 노예제를 묵인하고 멕시코와 제국주의 전쟁을 벌이는 미국 정부를 결코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시민의 불복종>을 썼다. 별로 세상에 잘 알려지지않던 이 은자를 재발견한 것은 톨스토이였다. 지금도 세계의 문학가들의 우상인 톨스토이는 소로우를 정신적 은사로 받아들였다. 젊은날 영국 런던대 유학시절 톨스토이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영향을 받았던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영국 유학을 끝내고 남아프리카에서 변호사로서 인권운동을 하던 중 소로우의 <시민불복종>을 읽고, 큰 감동을 받고 이를 교과서로 삼았다. 간디는 “소로우에게서 한분위 위대한 스승을 발견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시민의 불복종>에서 자신의 운동 이름을 따기도 했다. 소로우의 <시민 불복종>은 영국의 노동자들과 나치 점령하의 레지트탕스들,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을 통해 세계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었다. 

 

walldn2.jpg

 


 

소로우는 하버드대를 나왔지만 하버드대를 비롯한 엘리트와 권력가들과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기득권을 위해 만든 체제와 법과 관행을 거부할 수 있는 시민의 저항정신을 일깨웠다.
 

“권력이 오랫 기간 동안 지속되는 실제적인 이유는 그들이 옳을 가능성이 크거나 공정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들이 가장 힘이 세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다수나 법이 아니라 양심에 있는 정부,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는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샐던보다 150년 앞서 더 강력한 어조로 정의를 일깨웠다.
 “대다수의 입법자, 정치가, 변호사, 목사 그리고 관리 등이 자신의 머리를 가지고 국가에 봉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도덕적인 변별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느님뿐만 아니라 악마도 함께 섬기게 된다. 극소수의 사람만이 참다운 의미의 영웅, 애국자, 순교자, 개혁가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그들의 양심을 가지고 이바지한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필연적으로 국가에 저항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따라서 국가로부터 흔히 적으로 취급된다. 현명한 사람은 오직 사람으로만 쓰이기를 바랄 뿐이고 진흙이 되어 바람 구멍을 막는데 쓰이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
 

소로우가 세상의 부정의와 부조리를 간파하고 이를 일깨우는 개혁가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가장 절친했던 에머슨이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영웅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 달리 오히려 ‘시민정신’의 중요성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그러면서 “정의가 옆을 지나갈 때 허약한 안색으로 성공을 비는 정도’의 나약한 시민들을 질책했다. 
 

자본가의 권력자들이 이미 자본과 권력과 정보력을 장악하며 자신들이 유리할 대로 늘 상황을 만들어가는 매트릭스 속에서 필승과 필패자가 정해진 불공정한 부조리에 대한 분노가 일고 있다. 물론 결국 몽땅 주머니를 털기 전 미끼를 푸는 카지노처럼 `자유 시장'임을 늘 강조함에도, 그 자유시장에서 99%가 얻는 이익은 1%가 자신의 더 큰 이익을 위해 뿌린 낚시밥 정도라는 것을 갈수록 극대화해가는 신자유의의 실상은 지구인들에게 교육시켜 때문이다.  1%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원했던 소로우의 뒤를 간디와 나찌 레지스탕스, 마틴 루터 킹 등 흑인인권운동가들에 이어 신자유주의에서 소외된 99%의 사람들이 깨어나고 있다.
 

 오는 15일은 전 세계 25개국 400개 도시에서 신자유주의에 반대해 동시다발 시위를 벌이는 ‘국제행동의 날’이다. 금융소비자협회와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주축이 된 시민단체 연합도 서울역과 시청앞,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 등에서 집회를 연다.
 

 메사추세츠 콩코드 숲에서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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